하야세 미사의 도넛머리...

마크로스 신 시리즈 방영 기념으로 1982년에 방영개시된 최초 작품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제12화 '빅 이스케이프'를 보다 보니, 미사의 헤어스타일과 관련해서 문득 생각이 들어서 포스팅해봅니다.

기본적으로 하야세 미사의 헤어스타일은 도넛형(...)이었지요. 전체가 도넛형이라기보다는 긴 머리의 맨 아랫부분이 도넛형으로 말려 있는 스타일입니다. 제 생각엔 그냥 괜찮아 보이는 것 같은데, 어쨌든 PC통신 시절부터 '도넛형'이라 불리며 조금이지만 그 헤어스타일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 헤어스타일을 실현하려면 모발이 철사같아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언급을 아주 전에 본 기억이 나는군요. 별 생각 없이 보던 헤어스타일인데, 그러고보니 나름대로 고난도의(?) 스타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12화에서... 미사와 히카루가 물에 빠지고, 미사가 그 히카루를 건져내 물을 말리고 쉬는 장면을 보시면, 미사의 머리가 물에 젖어서 풀려 있습니다. 보도르저 함대와의 전투가 끝난 제28화 이후라던가 아니면 1984년의 극장판에서 볼 수 있는 헤어스타일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남자를 낚지 못한다며 괴로워하는(?) 미사에게 히카루가, 다음과 같은 위로의 대사를 건네지요:
"지금처럼 여자답게 하고 있으면..."(마크로스에 돌아가 남자를 낚으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상태에 풀어진 헤어스타일, 다시 말해 '도넛형의 롤이 해제된 상태'의 헤어스타일이 포함된다고 한다면... 마크로스 월드에서의 도넛머리에 관해 다음과 같은 해석들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1. 도넛머리는 여성스러운 헤어스타일이 아니다.
2. 도넛머리는 일밖에 모르는 여성이 취하는 '실용적인' 커리어우먼의 헤어스타일이다.
덤. 히카루는 미사의 도넛머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으음... 그런데, 도넛머리가 과연 실용적일지는 잘 모르겠군요. 머리를 말아올렸다...고 하면 그냥 긴 머리를 그대로 놓아두는 것보다는 질질 끌리지 않을테니 나름대로 실용적일 수도 있긴 하겠군요. 예컨대 츠키노 우사기가 머리를 말아버리면 그 머리가 바닥에 끌리지 않을테니 위생면에서 많은 이점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미사는 일밖에 모르는 여자로 기본적으로 설정이 되어 있었던 듯 하니, 저 롤을 마는 시간까지도 절약하는 쪽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미사다운 것이 아닐까... 즉, 클로디어처럼 짧게 자르고 펌을 해버린다던가 말입니다. 사실 우주로 나가는 여성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펌을 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생각컨대, 저 미사의 도넛머리(...)는, 겉으로는 일밖에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내면에는 뭔가 여성성에 대한 추구랄지... 그런 것을 놓지 않고 있는... 남자를 낚을 생각은 없지만 누군가 자신을 여자로서 낚아주기 바라는 그런 마음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하고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싶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일밖에 몰라서 실용적인 머리모양을 하고 싶기는 했지만, 차마 완전히 자를 수는 없었다. 뭐 그런 것이지요.

한편으로, 글로벌 함장의 군사정권(!)이 수립되고 만 28화 이후에, 히카루 러브러브 모드로 들어간 미사가 도넛형 헤어를 포기했다는 것은 이 장면과도 나름대로 관련이 있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고 말입니:
1. 도넛머리는 미사가 아직 사랑하는 여자(아이... 뭐, 10대니까요;;;)로서의 자각이 없을 때의 머리모양이므로, 도넛형을 포기했다는 것은 결국 그녀가 여성이 되었다는 의미?
2. 미사는 그때까지도 위에서 젠트라디 함 안에서의 히카루의 대사를 잊지 않았다는 의미? -> 미사의 기억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자 히카루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

다만, 여자가 되었다...는 표현을 쓰다보니 어째 '커리어 우먼'은 '여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추어질 여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하군요. '사회적 책무'도 잘 수행하는 동시에 '사랑'도 할 수 있는 어른의 여성이 되었다...라는 의미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사랑을 하지 않으면 어른이 아니다...라는 의미는 또 아닙니다만, 어쨌든 일과 사랑 모두 인간의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니까요. 그리고 결국 미사는 메가로드의 함장이 되었으니 커리어를 버리지 않았지요.

by 구바바 | 2008/04/30 01:03 | 애니메이션·만화 등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goovava.egloos.com/tb/372361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생활인 at 2008/04/30 13:31
이런 글을 보면...조금 가슴이 뭉클해 진달까..
마크로스빠돌이로서 존경심이 생긴달까..
Commented by 구바바 at 2008/05/01 22:00
생활인님께... 감사합니다.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