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의 사고는 오픈소스?

오픈소스라던가 GNU 라이센스라던가 카피레프트 운동이라던가의 구체적인 내용이라던가 의미에 대해서는 일단 제가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른다는 점은 전제로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미소녀전사 세라문 SuperS" 제142화에서, 비가 오는 날 마야코라는 중년 여성에게 우산을 씌워 주는 호의를 베푸려던 마모루는 그녀에게 깨끗이 무시당하고 말았습니다.
"미소녀전사 세라문 SuperS" 제142화에서...


그리고 그 이야기가 왕실 고양이 가족들에 의해 내전사 일당에게 전해지고 말았지요. 그 결과 '배신은 죽음'이라는 사상을 가진 우사기에게 바가지를 긁히는 마모루. 그리고 그 장면을 보던 미나코와 아미가 한마디씩 합니다.
"미소녀전사 세라문 SuperS" 제142화에서...


미나코: "여성에게 너무 친절한 게 마모루씨의 결점인걸."
아미: "결점? 장점 아냐?"
 
미나코와 아미의 대사. mistylake님의 번역.


애정 문제에 관해서는 좀 더 어두운(?) 아미의 캐릭터를 나타내어주는 대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고 또 이 블로그의 게시글들이 그렇듯이 다르게 생각할 여지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그러니까, '준수한 남성'이라는 사회적 자원에 대한 태도라는 관점에서 미나코와 아미의 대사를 살펴봅시다. 그렇다고 하면, 미나코의 대사는 그녀가 '준수한 남성'의 사적이고 독점적인 소유를 지지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아미의 경우는 '준수한 남성'은 공유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치 MS를 필두로 한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 일당과 FSF(자유 소프트웨어 재단)과 GPL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진영의 대비와 비슷한 것이라는 인상을 멋대로 가져봅니다.
(물론 반드시 MS vs. FSF는 아니어서 MS도 사실 알고보면 악의 세력이 아니라던가 오픈소스 진영에도 GNU와는 다른 세력이 있다던가 하는 주장들이 얼마든지 가능하겠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아주 러프하게 그려본 것에 불과합니다.)

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호사 아이노 미나코는, '(우사기 외의) 여성에게(도) 너무 친절한 것이 마모루씨의 (우사기의 독점적 소유물로서의) 결점'이라고 말한 것 아니겠습니까. 남성은 개인 소유이고, 그 소유의 객체가 된 남성은 그 소유권 관계를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사고지요. 그러나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의 대변인 미즈노 아미의 대사에는, 준수한 남성은 마치 물이나 공기와 같은 존재로서 특정 개인의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남성은 누구에게나 호의를 베풀 수 있다는 사고가 전제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이러한 논의는 상용 소프트웨어 대 오픈소스의 논의와 중요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소프트웨어의 소유권과 관련한 논쟁은 소유권자와 제3자의 소프트웨어의 태도에 관한 논의라 하겠으나, 이 미나코와 아미의 의견대립은 소유권의 객체가 된 물건(!)의 소유권자에 대한 태도에 대한 의견 대립이거든요. 스스로 사고할 수 없는 존재인 소프트웨어(뭐 '사고'에 대한 정의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으나)와 달리,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존재인 '치바 마모루'를 소유권의 객체이자, 행위의 주체로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논쟁에 비해 한층 높은 차원의 논의라 할 것입니다. @_@

여하튼... 흠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아미가 좀 더 조신하다던가 하는 평소의 이미지와는 달리 오히려 미나코나 우사기보다 개방적(!)이라고 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성의 공유를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죠.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하긴 그렇지만, 사실은 아미가 역시 아직은 순진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사기처럼 일단 이성의 맛(!)을 본 캐릭터는 좀처럼 그를 놓치려고 하지 않습니다만, 아미는 아직 그 맛(!)을 모르기 때문에 독점욕 내지는 소유욕을 느끼지 않는 것이지요. 어디까지나 도덕시간에 배운 대로(응?) 좋은 것은 함께 나누어 쓰는 것이 좋다는 정도의 이해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과연 아미가 이성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의 공유 정신을 계속 지켜나갈까요? 아미와 비슷한 미드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 메레디스 그레이(어머니가 의사. 어머니는 아버지와 불화)를 보면 대충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메레디스는 어땠는가 하면 말입니다. 음음. 기혼남인 애인을 이혼하도록 종용하는 것 같더군요.(뭣?!)

P.S. 아니 뭐, 성인의 불순한 시각으로 보면 이렇게도 볼 수 있다는 말이지, 아미가 나쁜 아이라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나쁜 것은 저이지요(...) 뭐랄까, 다양한 연령대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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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바바 | 2008/01/30 23:59 | 프린세스&내전사 일당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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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코포니 at 2008/01/31 00:34
...한마디 대사에서도 이런 분석이 가능하군요....
아무튼 세일러문이 캐릭터 하나하나의 성격에 관한한
굉장히 세세한 신경을 썼다는게 느껴집니다.
Commented by 이름없는괴물 at 2008/01/31 02:48
세일러문은 듬성듬성 빼먹고 봤지만 이번 편은 저도 본 건데
바로 아래 포스팅은 저도 어렴풋이 생각했었던 것이지만 이건 그저 덜덜덜...

...저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구바바 님의 분석력에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어이)
Commented by karin at 2008/01/31 08:13
애인을 가지고 싶어서 안달인 불쌍한 솔로부대 미나코와...
러브레터가 쏟아지는데도 알레르기 타령이나 하고 있는 화려한 싱글 아미의 차이입니다.

[크레센트 빔에 꿰뚫린다.]
Commented by 엄디저트 at 2008/01/31 09:36
구바바님의 포스트는 감동 하지 않을래야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는 ㅎㅎㅎ ㅠㅠ;;;
한 4,5문단 읽다 보면 제가 도대체 무슨 논문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여튼 최고입니다b
Commented by 미유♡ at 2008/01/31 14:45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놀러왔어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웃음)
아미를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됐네요 ㅋㅋㅋㅋ
가끔 올 때마다 기상천외한 포스팅들을 보고 넘 신기하고 즐겁게 보구 갑니다+ㅅ+
Commented by 구바바 at 2008/02/01 01:02
카코포니님께... 세라문은 그러한 점이 참 즐거운 작품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

이름없는괴물님께... 차원이 다르다기보다는 DVD값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에(?) 자꾸 보다보니까 말입니다. ^^;;;

karin님께... 과연, 광에서 인심난다...는 것이로군요;;;

엄디저티님께... 감사합니다. ^^;;;

미유♡님께... 반갑습니다. 뭐, 기상천외라 할것까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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