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집념의 실현?

책 "못말리는 CEO 스티브 잡스"(영진Biz.com)의 251페이지에 실린 일화에 의하면, 어느 대학(원)생이 당시 애플을 떠나 있던 시절의 스티브 잡스에게 사인을 해 달라며 매킨토시 키보드를 건넸다고 합니다. 키보드를 건네받은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자동차 열쇠를 꺼내어 펑션키(F1~F12)와 커서키를 모두 떼어내고는 그제서야 사인을 했다고 하더군요.

잡스 교주가 그와 같은 만행(?)을 저지른 까닭은, 위에서 언급한 책에 의하면, '그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것(펑션키와 커서키)보다는 마우스로 쿡쿡 눌러 메뉴와 아이콘을 탐색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기능키들이 교주님의 미학과는 맞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데, 새로 나온 애플 키보드를 언뜻 보니 펑션키가 안보이더군요. 놀라서 다시 보니 F1~F12가 깨알만하게 줄어들어있고, 대신 그 펑션키들에 교주님이 원하시는 대로(기본적으로는 '아랫것'들이 하게 되겠지만, 애플의 모든 제품은 잡스 본인의 감수(?)를 거쳐야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요;;;) 이런 저런 기능들이 부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10여년의 세월을 넘어 F1~F12에 복수를 해내고야 만 스티브 잡스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려고 하는데, '디스크 추출'이라던가 '볼륨'이라던가 '재생'이라던가 하는 키는 '그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것(펑션키와 커서키)보다는 마우스로 쿡쿡 눌러 메뉴와 아이콘을 탐색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교주님의 미학에 들어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느끼게 되어서 말입니다. 하긴, '교'의 특징이라는게 뭐든지 교주 마음이라는 데에 있겠습니다만(...)

사실, 맥에서 F1~F15(실은 잡스 교주께서 재림하신 뒤에 F13~F15가 새로 생겼죠;;;)는 거의 쓸모가 없지 않은가 싶은 키인데 말입니다. 최근들어 조금씩 Mac OS의 특수기능(LCD 밝기 조절, Exposé 호출)을 위해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Mac OS용 애플리케이션에서도 그리 잘 이용되는 것 같지도 않고 말입니다. 다만, Windows용으로도 나와있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혹은 Windows 에뮬레이터를 사용하는 경우에 F1~F12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아서... 그들과 저 새 키보드의 기능이 충돌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조금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잡스가 결국 자신이 싫어하던(?) F1~F12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줌으로서 그 존재감을 대폭 줄여버린 것을 보면서, 잡스가 자신의 고집을 결국은 하나하나 관철시켜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 애플 창사 초기 스티브 잡스 본인은 무지개빛 애플 로고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제품에 로고를 찍었을 때 깨끗하게 찍히지 않을 것을 우려함;;;)고 합니다만 결국 애플의 로고를 단색화시켜버렸고, 2. IBM이 개발한 PowerPC CPU를 맥에서 빼어내버렸지요.(IBM이 대기업 특유의 수완을 발휘해 애플 II를 시장에서 밀어내버렸다는 악연도 있고, NeXT 시절 IBM과 사업을 하려다 그 관료주의에 질려버렸다거나, 애플이 IBM과 손잡게 된 것은 스티브 잡스를 쫒아낸 존 스컬리의 업적이었다거나, 초창기의 애플에 투자한 것이 인텔이고, 또 당시 애플의 재무구조의 기초를 닦은 사람들이 인텔 출신들이었다던가, 틈만 나면 잡스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으로서 앤디 그로브를 언급해왔다거나), 3. 그리고 세계 최초의 PDA인 뉴튼을 단종시켜버린 것도 실은 잡스 자신을 애플에서 쫓아낸 존 스컬리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라던가.

뭐 다만 앞뒤 안가리고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주변의 상황을 이용해 결국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켜버린다...는 것이 교주님의 성장의 증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by 구바바 | 2007/08/08 19:40 | 일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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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epiroot at 2007/08/08 20:03
저는 무엇보다 이
http://www.blogsmithmedia.com/www.engadget.com/media/2007/08/imackeyboard_4_20070807.jpg
선에 집착하는 모습이 무섭다고 할까(...)
Commented by 로리 at 2007/08/08 20:17
일체형 PC랑 비교하면 당연히 분리형이 선이 많은 것이 당연한 일인데... 정작 주변에 애플 G4쓰는 분 집 가봐도 선이 주렁 주렁.... 가끔 저런 비교 때문에 애플이 화가 나더군요.
Commented by 한국출장소장 at 2007/08/08 20:37
인텔칩에 대해 재미있는 사실은 10여년 전 486 시절에도 애플이 '인텔칩을 달까? 말까?'했던 사실이죠.(집에서 마이컴 뒤지다 보니 그런 기사가 나오더군요-_-) 개인적으론 언젠가 달긴 달려고 했고, 그 계기가 된 것이 잡스 횽아(...)의 재림이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구바바 at 2007/08/08 20:56
Sepiroot님께... 교주님은 새로 짓는(80년대 초반) 자신의 저택의 배전반의 배선이 깔끔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건축업자를 들볶았던 위인이시거든요. "그런 데를 누가 보나요?"하고 항변하는 업자에게 "내가 봅니다."라고 말이죠. 그리고 선 뿐 아니라 나사에 대한 집착도 나름대로 강한듯(...)

로리님께... 컴퓨터의 포장을 뜯어 '그대로만' 사용할 사용자와 그에 적합한(iMac이 그 용도에 한정되지는 않지만, 그런 부류의 사용자를 노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등급의 컴퓨터간 비교라는 점에서는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맥 vs. PC가 아니라 말입니다. 뭐, 그런 뉘앙스가 엄청나게 강하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다만, 저처럼 스캐너에 외장하드, 외장 DVD 레코더를 줄줄이 이어 사용하면, '일체형'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겠죠. 하드디스크 하나마다 전원 케이블이 연결되는 상황이 되니 안습이랄까요(...)

한국출장소장님께...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인텔의 x86이니만큼, 애플이 사용하던 계열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한계에 부딪히면 인텔칩이 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겠죠. 당시라면 Mac OS를 x86으로 포팅하려던 '스타 트렉' 계획이 진행되었다는 시기라 역시 그와 관련된 소문으로서 인텔칩 이야기가 나왔었을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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